장학생 수필

 지난겨울, 쌓여가는 학자금 대출에 부담을 느끼며 대학원 5학기 차의 등록을 준비하던 중에 은천 장학회를 알게 되었습니다. 한참을 기도하고 나서, 모든 결과를 주님께 맡겨 드리며 장학생 선발 신청서를 접수했고, 감사하게도 선발되었습니다. 장학증서 수여식에 참석하여 은혜를 나눈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5학기의 학업을 마치고 방학을 맞이하네요.

 주신 은혜가 어찌나 큰지 돌아보며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앞으로도 은천 장학회를 통해 사랑을 경험하게 될 학생들을 격려하는 마음으로 저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저는 믿음 없는 가정에서 태어나, 열아홉 살에 처음으로 주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유년시절에 친구들을 따라 몇 차례 교회의 문턱을 넘어 본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열아홉 살 이전 까지 주님은 제게는 그저 ‘상관없는 분’이었습니다. 가정과 학교에서 있었던 수많은 위기와 아픔, 좌절을 겪고 나서야 주님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열아홉 살에, 우연처럼 교회로 발걸음을 하게 되었고, 처음 예배를 드리던 그 날, 저를 안아주시는 주님과 뜨겁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의지 했던 모든 것들이 오히려 저를 좌절 시켰지만, 주님은 변함없이 저를 사랑하며 기다리고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먼 훗날에야, 그 날 교회로 향했던 발걸음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죠.

 그렇게 주님을 만난 저는, 주님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헌신들을 찾아서 열심히 감당했습니다. 교회 안에서도, 밖에서도 그리스도의 향기를 드러내는 삶을 살기 위해 힘썼습니다. 어릴 때부터 편안한 삶을 꿈꿔왔던 제가, 더 낮은 자리에서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던 것 또한, 주님의 사랑을 전하는 자가 되라는 비전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 안에서 주님이 주시는 행복을 누렸습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2년 후에, 주님께서 다시 한 번 저를 부르셨습니다.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신 이유를 기억하며, 한 영혼, 한 생명 살리는 일에 너의 삶을 아끼지 마라.” 그리고 수많은 연단을 통해 저를 신학대학원으로 이끄셨습니다.

 사실 모아 둔 것도 없었고, 사람의 도움 또한 기대할 수 없었기에 두려웠습니다. 학비뿐만 아니라 생계가 불투명해지는 처지였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이끄신다는 약속을 붙잡고 2017년, 28살에 목원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는 모두 주님께 맡겨드렸습니다.

 정말로, 주님께서는 사람의 계획으로는 불가능한 일들을 제게 허락하셨습니다. 제 힘과 능력이 아닌, 주님을 의지하는 훈련을 철저하게 시키셨고, 그 훈련에 순종하며 나아가니 때마다 먹이시고 채우시는 은혜를 경험했습니다. 놀랄만큼 정확한 일들이, 수많은 방법으로 이뤄져갔습니다. 물질 뿐만 아니라 주님 안에서의 좋은 관계들도 허락해주셨습니다. 그리고 1년의 학업을 마치는 날, 이 모든 일이 의심할 여지없이 하나님의 은혜였다는 확신과 함께 제 마음까지도 채워 주셨습니다.

 그렇게 1년간의 훈련 후에, 작은 상가 교회의 교육 전도사로 보내주셨습니다. 개척한지 2년 쯤 된 교회였습니다. 사람의 눈으로 봤을 땐, 많은 것이 갖춰지지 않은 교회였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이 교회를 참 많이 사랑하신다는 확신이 있는 교회였습니다. 하나님을 너무나도 사랑하시는 담임 목사님은 그 사랑을 성도들에게 흘려보내시기 위해, 그리고 말씀대로 살아내시기 위해 애쓰시는 분입니다. 성도들 또한 하나님을 사랑하고, 교회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부드러운 마음을 가졌습니다. 제가 사역을 시작한지 1년 반이 지났는데, 그 사이에도 참 많은 부흥이 일어났습니다. 성도의 수나 물질적인 부흥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으로 부흥하는 교회입니다. 이런 교회에서 사역할 수 있다는 것이 참 행복합니다. 제가 어찌나 자랑을 하고 다녔는지, 제 친구들은 저희 교회를 다 부러워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5학기 등록을 놓고 기도하던 중에, 친구를 통해 은천 장학회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기도하며 서류를 접수하고, 기도하며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제 4회 장학생으로 선발되었고, 은혜와 감격의 수여식에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수여식에서 만난 분들과 들었던 이야기들이 아직도 가슴에 쌓여있습니다. 잊지 못할 경험이었고, 참 따뜻한 기억이었습니다. 저 또한, 이런 귀한 일에 사용 받고 싶다는 기도도 드려봤고요.

 장학회를 통한 하나님의 도움으로 학업에 임할 수 있었으니까,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이 한 학기 내내 들었습니다. 그 마음으로 공부했더니, 이제 까지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받았습니다. 물론, 의심할 여지없이 이 또한 하나님의 도우심입니다.

 어느덧, 마지막 학기만 남았습니다. 돌아보니, 정말 감사할 일 밖에 없었습니다. 학업의 현장과, 대학원우들과의 관계를 주님께서 주신 약속의 응답이라고 믿으며 매 순간에 임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저에게 완벽한 결과를 바라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결과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주님의 마음을 알기를 기도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지혜와 지식뿐만 아니라, 영혼을 사랑하시는 주님의 마음을 더 알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리하여 저를 살리시기 위해 생명을 내어주신 그리스도를 본 받아 한 영혼,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제 생명까지도 아끼지 않는 진짜 예수님의 사람으로 거듭나게 되길 소망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저의 ‘진짜 삶’이 되길 소망합니다. 저 자신을 위함이 아니요, 주님의 영광만을 위하는 진짜 사역자가 되길 소망합니다. 

 제가 받은 사랑이 흘러가길 소망하며, 저의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7월 6일.

제 4회 장학생 최민규.